인류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건축물들을 선정한 세계 7대 불가사의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여러 차례 재정의되어 왔다. "불가사의(不可思議)"라는 용어는 원래 불교에서 유래한 것으로 "말로 표현하거나 마음으로 생각할 수 없는 오묘한 이치"를 의미한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처음 이 개념을 사용했으며, 이후 다양한 시대와 문명권에서 각각의 기준으로 불가사의 목록이 작성되었다. 현재까지 고대, 중세, 그리고 2007년 새롭게 선정된 신 세계 7대 불가사의가 존재하며, 이들은 각각 인류의 건축 기술과 예술적 성취를 보여주는 독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는 기원전 2세기 비잔티움의 수학자 필론이 "세계 7대 경관(De Septem Orbis Spectaculis)"이라는 책에서 정리한 것으로, 당시 그리스인들이 알고 있던 헬레니즘 문명권 내의 경이로운 건축물들을 선정한 것이었다. 이 목록은 주로 지중해 동부 지역과 중동 지역의 건축물과 조각물에 국한되어 있었으며,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인도의 타지마할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지리적 한계 때문이었다.
기자의 대피라미드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쿠푸왕의 대피라미드는 기원전 2580-2560년경에 건설되었다. 이 피라미드는 높이 146.6m(현재 138.8m), 밑변 길이 약 230m로 3대 피라미드 중 가장 크며, 4500년 이상 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건축에는 20,000명 이상의 노동자와 20년 이상의 건설 기간이 필요했으며, 약 230만 개의 석재 블록으로 구성되어 총 550만 톤의 석회석, 8000톤의 화강암, 50만 톤의 모르타르가 사용되었다.
바빌론의 공중정원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신 바빌론 제국의 수도에 위치했던 전설적인 정원으로, 느부갓네살 2세가 기원전 6세기에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원은 각종 나무, 관목, 덩굴 식물들을 층층이 심은 계단식 정원으로, 그 장대한 규모로 인해 진흙 벽돌로 이루어진 초록빛 산과 같이 보였다고 전해진다. 한 전설에 따르면, 왕비 아미티스가 고향의 울창한 녹음을 그리워하자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그녀를 위해 지었다고 한다.
알렉산드리아의 등대
알렉산드리아의 등대는 기원전 294년에 건설이 시작되어 기원전 279년경에 완료되었으며, 프톨레마이오스 2세 필라델포스에 의해 건설되었다. 등대의 높이는 약 100-130미터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 중 하나였으며, 80km 떨어진 곳에서도 등대의 불빛을 볼 수 있었다. 이 등대는 선원들에게 랜드마크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알렉산드리아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실제 선전물로도 사용되었다.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은 현재 터키의 셀축에 위치했던 고대 그리스 도시 에페소스에 있었으며, 기원전 8세기경부터 시작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기원전 550년에 10년에 걸쳐 웅장한 규모로 재건되었으나, 기원전 356년 헤로스트라토스라는 인물이 유명해지기 위해 신전을 불태웠다. 이후 기원전 3세기 초에 에페소스 시민들의 힘으로 재건되어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인정받았다.
올림피아의 제우스상
올림피아의 제우스상은 그리스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전에 세워진 거대한 신상으로, 높이가 13m에 달했으며 유명한 그리스 조각가 피디아스에 의해 만들어졌다. 목재 골격을 상아와 금으로 덮었으며, 백향목과 황금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옥좌에 신들의 왕 제우스가 앉아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기원후 5세기에 파괴되었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그리스 시대의 기록과 동전에서의 모습으로만 그 모습을 추정할 수 있다.
할리카르나소스의 마우솔레움
할리카르나소스의 마우솔레움은 약 기원전 353년에서 350년 사이에 건립되었으며, 페르시아 제국의 사트라프였던 마우솔로스와 그의 아내이자 누이인 아르테미시아 2세가 안치되었다. 마우솔레움은 대략 45m의 높이를 갖고 있으며, 네 면은 모두 종교적인 장식물들로 꾸며져 있었다. 이 무덤은 워낙 그 크기와 규모가 장대했기 때문에 인류의 업적으로 불렸으며, 12세기와 15세기 사이에 지진으로 인해 파괴되었다.
로도스의 거상
로도스의 거상은 그리스의 로도스 섬에 있었던 청동 거상으로, 높이는 받침대를 제외하고도 30미터가 넘었다. 기원전 292년부터 280년까지 만들어진 이 건축물은 마케도니아와의 전쟁 승리를 기념해 섬의 수호신인 헬리오스에게 봉헌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거상은 완공된 지 56년이 지난 기원전 224년에 지중해 동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쓰러졌으며, 서기 654년 우마이야 왕조가 거상을 고철로 팔아버려 그 청동 조각들을 운반하는 데 낙타 900마리가 넘게 필요했다.
중세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세 불가사의의 특징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일부 작가들은 중세에 지어진 불가사의들의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 목록의 건축물들 중 상당수는 실제로는 중세에 지어진 것이 아니지만, 중세의 불가사의로 잘 알려진 것들이다. 중세 세계 7대 불가사의는 고대 그리스의 헬레니즘 세계관을 넘어서 보다 광범위한 지역의 건축물들을 포함하게 되었다.
주요 중세 불가사의 목록
전형적인 중세의 세계 7대 불가사의로는 스톤헨지, 콜로세움, 콤 엘 쇼카파의 카타콤베, 만리장성, 영곡탑, 하기야 소피아, 피사의 사탑이 포함되며, 이외에도 타지마할, 카이로 요새, 엘리 성당, 클루니 수도원 등이 들어가기도 한다. 이러한 목록의 확장은 중세 시대의 건축 기술 발전과 다양한 문명권 간의 교류 증가를 반영한다.
현대 세계 7대 불가사의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선정
2007년 7월 7일 스위스의 영화제작자이자 탐험가인 베르나르드 베버의 '뉴 세븐 원더스(New 7 Wonders)' 재단이 포르투갈 리스본의 경기장에서 '신 세계 7대 기적'을 발표했다. 1999년부터 200여 개의 유적지를 접수받아 21개의 후보지를 선정한 뒤 인터넷과 휴대전화 메시지를 이용한 여론조사를 통해 선정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세계 1억 명이 넘는 네티즌의 투표가 이루어졌다.
신 세계 7대 불가사의 목록
선정된 신 세계 7대 불가사의는 페루의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 멕시코 치첸이트사의 마야 유적지, 중국 만리장성, 인도 타지마할, 요르단의 고대 도시 페트라,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이다. 이들 선정지는 아시아, 유럽, 남미에 걸쳐 4개 대륙에 분포하고 있으며, 각각 독특한 문화적 배경과 건축적 특징을 보여준다.
기네스 기록과 현대적 의미
2023년 영국의 모험가 제이미 맥도널드가 세계 신 7대 불가사의를 모두 방문하는 여정을 단 7일 만에 성공하여 기네스북 세계 기록을 세웠다. 그는 4개 대륙, 3만 6천 킬로미터가 넘는 이동거리를 13편의 항공기와 버스 9대, 기차 4대 등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6일 16시간 14분 만에 완주했다. 이는 현대 교통수단의 발달과 함께 세계 7대 불가사의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도전과 탐험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토목학회의 현대 불가사의
현대 공학 기술의 걸작
미국토목학회는 현대의 불가사의 목록을 별도로 작성했으며, 이는 현대 공학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목록에는 채널 터널, CN 타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금문교, 이타이푸 댐, 델타 계획/자위더르 간척 사업, 파나마 운하가 포함된다.
현대 건축 기술의 특징
이러한 현대의 불가사의들은 과거의 불가사의들과 달리 실용적 목적을 우선시하면서도 기술적 혁신을 통해 인류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취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채널 터널은 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해저 터널로서 국제적 교통혁명을 가져왔으며, 이타이푸 댐은 브라질과 파라과이 사이의 파라나강에 건설되어 수력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결론
세계 7대 불가사의는 시대와 문명의 변화에 따라 그 의미와 구성이 지속적으로 재정의되어 왔다. 고대의 불가사의들이 주로 종교적, 기념비적 목적으로 건설된 반면, 현대의 불가사의들은 실용성과 기술적 혁신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모든 시대의 불가사의들은 공통적으로 인류의 상상력과 기술력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도전 정신을 보여준다.
2007년 선정된 신 세계 7대 불가사의는 전 세계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민주적 성격을 지니며, 다양한 대륙과 문명권의 유산을 포함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 불가사의 목록이 되었다. 이들 불가사의들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서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서 보존되고 계승되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앞으로도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불가사의들이 등장할 것이며, 이들은 각 시대의 가치관과 기술 수준을 반영하면서 인류 문명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문명의 교량 역할을 하며, 인류의 끝없는 창조 정신과 도전 의지를 증명하는 영원한 상징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