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빌론은 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되던 192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전환되는 격동의 시기를 겪은 영화인들의 꿈과 좌절, 사랑과 야망을 그린 작품입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등 화려한 출연진이 함께했습니다.
영화 바빌론 기본 정보
바빌론은 2022년 12월 23일 미국에서 먼저 개봉했고, 국내에서는 2023년 2월 1일 정식 개봉했습니다. 러닝타임은 무려 188분(3시간 8분)으로 상당히 긴 편이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장르는 드라마, 블랙 코미디, 시대극으로 분류되며, 제작비는 약 8천만 달러에서 1억 1천만 달러 사이로 추정됩니다.
이 영화는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배급을 맡았으며, C2 모션 픽처 그룹, 마크 플랫 프로덕션, 와일드 치킨스, 올가니즘 픽처스가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촬영은 리누스 산드그렌이, 편집은 톰 크로스가 맡았고, 음악은 저스틴 허위츠가 담당했습니다.
화려한 출연진 소개
브래드 피트 - 잭 콘래드 역
브래드 피트는 1920년대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이자 제작자인 잭 콘래드를 연기합니다. 잭 콘래드는 당대 최고의 명성을 누리는 무성영화 배우로, 출연하는 작품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찬란한 전성기를 보냅니다. 하지만 유성영화의 등장과 함께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브래드 피트는 범접 불가한 카리스마와 불안한 내면을 심도 깊은 연기로 탁월하게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마고 로비 - 넬리 라로이 역
마고 로비는 배우를 꿈꾸며 할리우드에 입성한 넬리 라로이 역을 맡았습니다. 넬리는 파티에 유명인을 사칭해 출입할 정도로 대담하고 당찬 인물로, 타고난 연기 실력과 매력으로 순식간에 할리우드 대세 배우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술, 도박, 마약에 빠져 공허함을 채우며 결국 유성영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습니다. 마고 로비의 연기는 "토네이도와 같다", "인생 연기를 펼쳤다"는 극찬을 받았으며, 제8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디에고 칼바 - 매니 토레스 역
디에고 칼바는 멕시코 이민자이자 영화계를 꿈꾸는 청년 매니 토레스를 연기합니다. 매니는 키노스코프 영화제작사 임원의 심부름꾼으로 시작하지만, 자신의 실력과 열정으로 결국 제작사 임원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장장 18개월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발탁한 신예 배우로,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제8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받았습니다.
그 외 주요 출연진
진 스마트는 할리우드 칼럼니스트 엘리노어 세인트 존 역으로 출연하며, 연예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닌 인물을 연기합니다. 조반 아데포는 재즈 연주가이자 흑인 배우 시드니 팔머 역을 맡아 당시 만연했던 인종차별 속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펼치는 인물을 그려냅니다. 리 준 리는 중국계 미국인 가수이자 작가인 레이디 페이 주 역으로 등장하며, 토비 맥과이어는 제임스 맥케이 역으로 카메오 출연합니다.
영화 줄거리
1926년, 광란의 파티
영화는 1926년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멕시코 이민자 매니 토레스가 키노스코프 스튜디오 간부 돈 월락의 저택 파티를 위해 코끼리를 운반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 파티는 코카인과 재즈, 성행위가 난무하는 광란의 현장으로, 당시 할리우드의 퇴폐적이고 화려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매니는 파티장에서 배우를 꿈꾸는 넬리 라로이를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넬리는 자신은 이미 스타로 태어났다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우연히도 다음 날 촬영에 출연할 여배우가 약과 술에 정신을 잃자 급하게 캐스팅되어 기회를 잡게 됩니다.
같은 파티에서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잭 콘래드가 등장하고, 술에 만취한 그를 집까지 데려다준 매니는 잭의 눈에 들어 다음 날 촬영장에 함께 가게 됩니다.
무성영화 시대의 촬영 현장
1927년 할리우드 촬영 현장은 황무지 같은 서부 한가운데 천막으로 만든 허술한 세트장에서 진짜 무기를 사용해 전쟁 장면을 찍다가 엑스트라가 실제로 죽어나가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배우들의 대사는 없고 자막 화면만 띄우며, 음악은 현장에서 직접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것이 그대로 영화에 담기던 초창기 영화 산업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매니는 촬영 현장에서 파업하는 엑스트라들을 제압하고, 카메라가 모두 고장 나자 죽을힘을 다해 시내에서 카메라를 구해와 감독이 원했던 아름다운 할리우드의 노을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게 합니다. 넬리는 대타로 나왔지만 뛰어난 연기 실력으로 주목받으며 곧 할리우드 신예 스타로 떠오릅니다.
유성영화의 등장과 변화
1년 후, 뉴욕에서 첫 유성영화 시사회가 열리고, 매니는 이를 보고 잭에게 영화의 흐름이 유성영화로 바뀔 것이라고 전합니다. 매니는 유성영화를 기회로 삼아 흑인 재즈 공연단을 주인공으로 하는 음악 영화를 만들어 대성공을 거두며 영화 제작자가 됩니다.
하지만 유성영화의 도입은 할리우드 전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옵니다. 한 치의 소음도 용납하지 않는 실내 스튜디오 안에서 촬영해야 하는 새로운 환경은 기존 배우들에게 큰 도전이 됩니다. 넬리는 유성영화 촬영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으며, 잭 역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점차 몰락의 길을 걷습니다.
흥망성쇠의 결말
넬리는 도박 빚에 시달리고, 매니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일에 뛰어들게 됩니다. 잭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넬리 역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합니다. 매니는 할리우드를 떠나 평범한 삶을 살게 되지만, 수십 년 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며 자신이 함께했던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제작 배경과 감독의 의도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어떤 예술의 한 형태와 그 산업이 처음 형성되던 초창기의 일들, 이들이 막 자리를 잡아가던 시절을 세밀히 들여다보고 싶었다"며 제작 의도를 밝혔습니다. 그는 바빌론을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작품을 구상하는 것에만 12년 정도가 걸렸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습니다.
셔젤 감독이 밝힌 바로는 초기 할리우드는 완전한 혼돈의 시대였으며, 특히 마약에 찌든 LA, 야만적인 영화 제작 환경, 제약 없는 행동들을 용인하던 시대성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제대로 된 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이러한 환경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산업이 크게 요동쳤는데, 바빌론에서 다루는 기술이 바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전환입니다.
감독은 당대의 사진, 영상, 문헌 등 폭넓은 자료 조사를 통해 바빌론의 전반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를 구성했습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허구의 인물이지만, 실존 인물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넬리 라로이는 영화 '잇(It)'(1927)으로 벼락 스타가 됐지만 스캔들과 신경 쇠약으로 몰락한 무성영화 배우 클라라 보우가 모델이 되었고, 레이디 페이 주는 '상하이 익스프레스'(1932) 등에 출연한 아시아계 미국 여배우 안나 메이 웡이 모델입니다. 시드니 팔머는 재즈 드러머이자 영화배우였던 커티스 모스비를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황홀한 음악과 OST
바빌론의 음악은 '위플래쉬', '라라랜드', '퍼스트맨'에서 함께 작업한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이 맡았습니다. 저스틴 허위츠는 데미언 셔젤 감독과 하버드 대학교 동문이자 친구 사이로, 3년간 바빌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음악 작업은 대부분의 영화처럼 편집 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음악을 토대로 감독이 콘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음악과 영화 연출은 공생 관계에 있었다"고 저스틴 허위츠는 전했습니다.
바빌론의 OST는 1920년대 재즈 밴드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했으며, 100인의 오케스트라, 트럼펫과 색소폰, 로큰롤 멜로디, 모던 댄스 비트까지 어우러진 황홀한 사운드트랙을 완성했습니다. 메인 테마인 'Manny and Nellie's theme'은 라라랜드의 'City of Stars'와 코드 진행이나 흐름이 비슷하면서도 더 짧아진 프레이즈 형태로 반복되며 즉흥연주가 곁들여집니다.
영화 속에서는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 라벨의 '볼레로' 등 클래식 음악도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장면의 분위기를 극대화시킵니다. 바빌론의 OST는 제8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음악상을 수상했으며, 전 세계 주요 스트리밍 앱을 통해 감상할 수 있습니다.
관람평과 평가
바빌론은 개봉 후 관객들 사이에서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관객들은 "영화에 대해 절절하게 고백하는 장대한 서사시", "고귀해서가 아니라 너라서 사랑해", "바빌론이야말로, 영화다"라며 극찬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영화에 대해 절절히 고백하는 장대한 서사시"라며 별 4개를 주었고, "고귀해서가 아니라 너라서 사랑해"라는 한줄평을 남겼습니다. 스포츠경향은 "리스펙트. 바빌론이야말로, 영화다"라고 평가했으며, "3시간여 러닝타임이 관객들을 꼼짝달싹 못 하게 한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영화를 자주 접하는 시네필들에게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영화", "영화 산업의 변화를 다룬 독특한 관점"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과감하고 대담한 연출, 브래드 피트와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의 열연, 저스틴 허위츠의 중독성 강한 OST가 어우러져 "영화에 대한 사랑을 담은 영화"로 평가받았습니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관객들은 "대중성이 크게 떨어진다",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부담스럽다", "과도한 수위와 자극적인 장면들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부 평론가들은 "엔딩 시퀀스가 작위적이다", "거인의 어깨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해외 언론들도 양분된 평가를 내렸습니다. 로튼토마토에서는 신선도 57%를 기록했으며, 시네마스코어에서는 C등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Flickering Myth는 "마고 로비의 연기는 마치 토네이도와 같다", Next Best Picture은 "인생 연기 펼친 마고 로비", The Guardian은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와 같은 출중한 배우들의 존재는 언제나 즐거움을 준다"며 배우들의 열연을 극찬했습니다.
수상 내역과 흥행 성적
바빌론은 제8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디에고 칼바), 여우주연상(마고 로비), 남우조연상(브래드 피트), 음악상(저스틴 허위츠) 등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음악상을 수상했습니다.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의상상, 음악상, 미술상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습니다. 또한 제28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미술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연이은 수상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제작비는 약 8천만 달러에서 1억 1천만 달러 사이로 알려졌으며, 손익분기점은 약 2억 5천만 달러로 추정되었습니다. 북미에서는 2022년 12월 23일 개봉 후 약 1,535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고, 전 세계적으로는 약 5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쳐 손익분기점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2023년 2월 1일 개봉 후 개봉 6일차에 누적 관객수 10만 명을 넘어섰으며, 개봉 첫 주 동시기 개봉작 중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과 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으로 인해 흥행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마치며
바빌론은 1920년대 할리우드의 황금기와 그 이면을 화려하고도 잔혹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12년간 준비한 끝에 완성한 이 영화는 영화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담은 러브레터이자, 할리우드의 흥망성쇠를 통해 영화 산업의 본질을 탐구하는 야심찬 시도였습니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압도적인 스케일, 화려한 영상미, 황홀한 음악, 배우들의 열연으로 많은 영화 팬들에게 잊지 못할 영화적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봐야 할 필수 관람작으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