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의 정의와 개념
전시작전통제권(Wartime Operational Control, WT-OPCON)은 전쟁이 발생했을 때 군대를 총괄적으로 지휘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합니다. 줄여서 전작권이라고도 불리며, 작통권, 전시작통권 등으로도 불립니다.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 OPCON)은 작전계획이나 작전 명령 상에 명시된 특정 임무나 과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상부에서 지휘관에게 위임된 권한을 말합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은 이러한 작전통제권 중에서도 전쟁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개념으로, 평상시의 작전권인 평시작전통제권과는 구별됩니다.
일반적으로 각 나라는 평시 때와 전시 때 군대를 총괄적으로 지휘, 통제하는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현재 대한민국만이 전시 작전권을 한미연합사령부(ROK-US CFC)에 이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의 역사적 배경
한국전쟁과 작전권 이양
전시작전통제권의 역사는 한국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50년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은 작전지휘의 일원화와 효율적인 전쟁지도를 위해 유엔군사령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하여 국군의 작전지휘권(작전통제권)을 이양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국군의 작전지휘권을 현 적대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이양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으며, 이를 계기로 작전통제권이 한국군의 손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미 제8군사령관에게 한국 지상군의 작전 지휘권을 이양하였으며, 해·공군도 각각 극동 해·공군 구성군사령관에게 이양하였습니다.
한미연합사령부 창설과 현재 체제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면서 한국군 작전통제권은 유엔군사령관에서 다시 한미연합군사령관에게 위임되었습니다. 한미연합군사령부(ROK-US Combined Forces Command, CFC)는 대한민국과 미국 정부의 합의에 의해 대한민국 국군과 주한 미군을 통합 지휘하는 군사 지휘기관입니다.
현재 한미연합군사령부 체제는 사령관에 미군 대장, 부사령관은 한국군 대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025년 9월 기준 사령관은 제이비어 브런슨 미국 육군 대장, 부사령관은 김성민 대한민국 육군 대장입니다.
평시작전통제권 환수
1992년 한·미 안보협의회의(SCM)/군사위원회회의(MCM)에서 평시작전통제권의 1994년 말 이전까지 전환에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1994년 12월 1일 연합군사령관이 행사하던 한국군에 대한 평시작전통제권을 한국 합동참모의장이 가지게 되어, 44년 만에 평시작전통제권이 유엔군사령관으로부터 환수되었습니다.
현재는 평시작전통제권은 한국이 갖고 있으며, 전시작전통제권만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귀속되어 있습니다. 평시인 데프콘 4의 경우에는 대한민국 국군이 지휘하며, 데프콘 3부터 1까지는 한미연합사가 지휘권을 갖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의 실제 운용 체계
한미연합사령부의 구조와 역할
한미연합군사령부는 한반도 유사시 대한민국 국군과 미군 연합군을 지휘하는 사령부로, 전시 작전을 총괄할 지휘권인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진 곳입니다. 연합사의 사령관이 주한미군 사령관을 겸직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전시작전권이 미국에 있다는 루머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전작권은 '한미연합사'에 있는 것이지, '주한미군사령부'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연합사령관인 미군 대장뿐 아니라, 부사령관인 한국군 대장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전작권은 어디까지나 한미 양측의 '공동행사'이지, 어느 쪽에서 일방적으로 행사하는 '단독행사'가 아닙니다. 한미연합사는 한미 양국 대통령의 공동지휘를 받게 됩니다.
지휘 체계와 권한 범위
한미연합지상군의 관할지역은 최전방(경기도, 강원도, 인천광역시) 및 북한이며, 나머지 지역인 서울특별시(수도방위사령부)와 삼남지방(제2작전사령부)은 관할지역이 아닙니다.
수도권과 후방 방어 임무를 담당하는 수도방위사령부 및 2군사령부 예하부대 등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이양 대상에서 제외되어 유사시에도 한국군 독자적으로 작전이 이뤄집니다. 즉, 한미연합작전통제권에 들어있지 않은 부대로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와 인근의 2개 사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의 전개
노태우 정부의 시작
작전통제권 환수는 1987년 직선제 대통령 선거 때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통령 후보가 본격적으로 제기했습니다. 노태우 후보는 '작전권 재조정 및 용산기지 이전'을 공약했으며, 회고록에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지휘권을 갖지 못한 것은 주권국가로서 창피한 일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노태우 정부는 정권 초기인 1988년부터 전시, 평시의 구분없이 작전통제권 전체를 환수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북핵 문제 등이 불거지자 1992년 10월 작전통제권을 평시와 전시로 나눠 일단 평시작전통제권만 먼저 환수하고 전작권은 나중에 환수하기로 미국과 합의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적극적 추진
2005년 10월 1일, 노무현 대통령은 계룡대에서 열린 제57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행사를 통해 스스로 한반도 안보를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자주군대로 거듭날 것"이라며 자주국방에 대한 강한 신념을 밝혔습니다.
2006년 8월, 노무현 대통령이 전시작전권을 전환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2007년 2월 한국과 미국은 2012년 4월 17일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에 이양하는 동시에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기로 전격 합의했습니다. 전작권 전환 시일로 2012년 4월 17일을 선택한 것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50년 국군의 작전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한다는 서한을 보낸 날짜인 7월 14일을 거꾸로 조합한 것이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연기
2010년 6월 27일 이명박 대통령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군의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로 연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014년 10월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대한민국과 미국의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 전환 시기를 정하지 않고 2020년대 중반에 전환 여부를 검토한다고 합의하여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한국과 동맹국의 결정적인 군사능력이 갖춰지고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할 때"까지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문재인·윤석열 정부와 현재 상황
문재인 정부에서 전시작전권 반환을 적극적으로 시도했으나, 미국은 전작권 반환에 앞서 지휘 능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2017년 10월 28일 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는 '전작권 전환의 조속한 실현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내용이 채택되었습니다.
현재 이재명 정부에서도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5년 7월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 임기 중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10월 1일 제77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회복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찬반 논리
환수 찬성론의 논리
전작권 환수 찬성론자들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제시합니다:
국가주권 확립: 전작권 환수는 국가전략 차원에서 안보의 자율성을 확보함으로써 한반도 방어의 한국 주도 한미공동 방위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초 전작권 환수에 대해 "주권국가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한 것처럼, 독립주권국가가 군사작전권을 다른 나라에 맡기고 있는 예가 전 세계에서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자주국방 역량 강화: 전작권을 환수해야 하는 이유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 군이 전쟁의 주체로 통일을 완성하는 주역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시 한국이 실질적인 협상 파트너로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주변국의 불특정 위협에 대비해 자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작권 환수가 필요합니다.
동맹 관계의 발전: 전작권 전환을 통해 한국 주도의 방위, 미군 지원의 틀로 가야 한미 동맹이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과거와 달리 수직적인 동맹에서 수평적인 동맹으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환수 반대론의 논리
전작권 환수 반대론자들은 다음과 같은 우려를 제기합니다:
안보 위협 증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전작권 환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입니다. 한국군의 독자적 작전 수행 능력과 C4ISR(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감시정찰) 체계 등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전작권 환수는 안보 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경제적 부담: 전작권 환수에 따른 추가적인 국방비 소요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2025년 7월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작권 전환 비용이 최소 21조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었습니다.
전쟁억제력 약화: 연합사 해체가 전쟁억제력 약화를 초래해 안보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한미 동맹의 상징적 의미와 실질적 억제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냅니다.
국제적 비교: NATO 체제와의 차이점
NATO의 작전통제권 체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경우, 회원국들은 각자 평시 전작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각국의 지정된 부대들을 NATO군 사령관이 통제하게 됩니다. NATO군 사령관은 보통 미군인데, 미국이 NATO에 대한 지원과 운영의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일 이전 서부 독일(서독)의 경우 전작권은 NATO가 전적으로 가졌으며, 서독 공군과 해군의 상당 부분은 평시에도 NATO 직속이었습니다.
한미연합방위체제와 NATO의 차이점
한미연합방위체제와 NATO 방위체제는 전시에 통합형 지휘체제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양자관계인 한미동맹보다 다자협의 체제의 NATO가 개별 회원국의 자율성이 더 큽니다.
첫째, 한미 연합방위체제는 데프콘-3 상황에서 한미연합사에 배속될 한국군 부대 목록이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반면, NATO의 경우 동맹작전사령부에 배속될 부대를 미리 결정해두지 않았으므로 개별 회원국의 자율성이 더 큽니다.
둘째, NATO 동맹군최고사령관으로의 전작권 위임의 조건은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회원국들의 동의하에 위임이 이루어집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조건과 요구사항
전환을 위한 3대 조건
현재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 연합 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
이러한 조건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설정된 것으로, "조건 기반 전작권 전환"이라고 불립니다.
필요한 군사적 역량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한국이 다음과 같은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핵·미사일 대응 능력: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탐지, 추적, 요격, 반격 능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와 킬체인(Kill Chain), 대량응징보복(KMPR) 등의 3축 체계 완성이 중요합니다.
지휘통제체계: 독자적인 C4ISR 체계 구축과 함께 연합작전을 지휘할 수 있는 지휘통제 능력이 필요합니다.
정보자산 활용: 미국의 막강한 정보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체계와 독자적인 정보 수집·분석 능력이 요구됩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의 표기와 용어 논쟁
'환수' vs '전환' 논쟁
전시작전통제권을 두고 '환수'와 '전환'이라는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전작권에 대한 다른 생각과 감정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더불어민주당 쪽이 집권하면 환수, 국민의힘 쪽이 집권하면 전환이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보수 정부와 보수언론은 환수 대신 전환(transition)을 씁니다. 환수에는 마치 빼앗기거나 도난당한 것을 되찾아온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보수 쪽은 한국전쟁 기간 한국 정부가 전작권을 스스로 이양해준 것이지 도난당하거나 빼앗긴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환수는 그냥 '돌려받는다'는 뜻으로, 영어로는 'withdraw'입니다. 국민의힘 뿌리격인 김영삼 정부도 환수란 표현을 주로 사용했으며, 1994년 한·미 장성급회의 기록에는 한국이 주어로 등장할 때 미국으로부터 작전권을 환수(withdraw)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회복' 표현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10월 1일 제77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회복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기존의 '환수'나 '전환'과 달리 '회복'이라는 새로운 표현을 사용한 것이 주목됩니다.
전시작전통제권과 한미동맹의 미래
동맹 현대화와 전작권
'동맹 현대화'는 한미동맹이 보다 대등한 관계로 바뀌는 전환점이며, 한국이 자강력을 강화하여 전작권을 조기에 전환해 북한 위협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전작권 전환을 한국의 방어 책임 확대를 포함한 동맹 구조 전환의 일부로 간주하며, 전환 일정의 가속화 및 전환 이후 주한미군의 전략적 역할 확대를 원하고 있습니다.
연합전구사령부 구상
전작권 전환 이후에는 한국군-주한미군을 동시에 지휘할 단일 연합군사령부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한미 양측이 공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3년 10월의 한미 SCM에서 논의된 미래 연합지휘체계 발전 구상에는 한국군 4성장군이 사령관을 맡을 새 연합사령부, 즉 '연합전구사령부'의 창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미동맹의 지속적 발전
전작권 환수가 이뤄져도 한미동맹 자체는 유지되며, 오히려 더 발전된 형태의 동맹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미 동맹의 성격을 통일 전의 한반도 평화수호 동맹, 통일 과정에서의 통일지원 동맹, 통일 이후엔 공동이익 창출 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비전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결론
전시작전통제권은 단순히 군사적 권한을 넘어서 국가주권과 자주국방의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75년간 이어진 전작권 이양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역대 정부에서 계속되어 왔으며,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전작권 환수는 한국의 군사적 자주성 확보와 한미동맹의 수평적 발전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 확보와 막대한 비용 부담이라는 도전적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작권 전환이 조건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군사적 역량이 충분히 구비되고, 한반도 안보환경이 안정적일 때 전환이 이뤄져야 국가안보에 공백이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전작권 환수는 궁극적으로 한국이 진정한 자주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이를 통해 한미동맹도 더욱 성숙하고 대등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