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혼이란 무엇인가
조혼(早婚)은 현대의 의미로 혼인적령기에 이르지 않은 미성년자가 결혼하는 것을 말하며, 특히 18세 미만의 어린이가 결혼하는 행위를 지칭합니다. 전근대에는 전세계적으로 가임기가 되면 결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졌지만, 현대 선진국들에서는 해당 국가의 법으로 성인이 되기 이전에 하는 결혼을 조혼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혼인적령을 규정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동의 조혼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대한민국의 경우 현행 민법 제807조에 따라 만 18세가 된 사람만이 혼인할 수 있으며, 미성년자가 혼인을 하는 경우에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전세계 조혼 현황과 통계
조혼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유니세프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 5명 중 1명이 성인이 되기 전 결혼했으며, 이는 약 6억 5,000만 명에 달합니다. 매년 추가로 1,200만 명의 소녀가 만 18세가 되기 전 결혼하며, 이는 2초에 1명꼴로 새로운 조혼 신부가 생겨나는 것과 같습니다.
2018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유니세프가 발표한 조혼 통계에 따르면 해마다 18세 미만 여자 어린이 1,200만 명이 원치 않는 결혼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조혼 현상이 심각한데, 최근 조혼한 전 세계 여자 어린이 3명 중 1명이 이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여아 3,200만 명이 극도로 취약하거나 취약한 상황에 놓인 국가에 거주하며, 30초에 한 명꼴로 조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가 취약성과 조혼 비율이 높은 최악의 핫스팟 10개국 중 8곳이 아프리카에 위치하며,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남수단, 소말리아 등이 포함됩니다.
조혼의 주요 원인
조혼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빈곤, 성 불평등, 사회적 관습, 교육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빈곤은 조혼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가난한 가정에서는 딸을 결혼시키는 것을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여기며, 결혼하는 남성이 어린 신부의 가정에 주는 지참금을 받기 위해 조혼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인도에서는 빈곤, 굶주림, 오래된 전통, 문맹, 지참금으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압박이 조혼의 주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성 불평등도 조혼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5억 7,500만 명 이상의 여아들이 유해한 성 규범으로 교육권을 포함한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받고 있는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많은 사회에서 여아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여성의 역할을 가정에 국한시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조혼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조혼이 여아와 사회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
조혼은 여아의 삶에 치명적인 피해를 초래합니다. 조혼은 명백한 성적, 정서적 학대이며, 여아의 어린 시절을 침해하는 명백한 폭력입니다. 조혼으로 인한 피해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납니다.
교육권 박탈과 미래 기회 상실
조혼은 여아의 교육 기회를 완전히 박탈합니다. 2013년 유네스코 자료에 따르면 모든 여자아이가 초등교육을 받게 되면 조혼이 14% 감소하며, 모든 여자아이가 중등교육을 받게 된다면 조혼의 2/3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교육이 조혼을 방지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임을 보여줍니다.
건강상의 심각한 위험
어린 나이에 결혼한 소녀들은 신체적으로 성관계나 출산을 하기에 성숙하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건강 문제에 직면합니다. 15-19세 소녀들이 사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임신과 출산 합병증이며, 18세가 되기 전에 임신하거나 출산할 경우 신생아 사망률이 60%까지 증가합니다.
사회적 고립과 폭력 노출
조혼한 소녀들은 사회적 고립, 가정폭력, 강간과 같은 심각한 피해에 노출됩니다. 국제 인권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조혼한 소녀들은 교육의 기회를 잃었을 뿐 아니라 다수가 가정 폭력을 겪었습니다. 또한 소녀들은 HIV와 같은 성병에 취약한 상태가 됩니다.
세대 간 전승과 사회 발전 저해
조혼의 피해는 개인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줍니다. 교육을 받은 어머니에게서 낳은 아기는 5세 넘어서까지 생존할 가능성과 학교에 가게 될 가능성이 두 배 더 높습니다. 따라서 조혼은 빈곤의 악순환을 지속시키고 지역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조혼 근절을 위한 국제적 노력
전 세계적으로 조혼을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유엔은 2030년까지 지구 상에서 조혼을 없애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법적·제도적 개선 노력
세계 각국이 조혼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2000년 가족법 개정과 2005년 새로 도입된 형법을 통해 여성의 법률적 최소 결혼 연령을 15세에서 18세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인도 아삼 주 정부는 조혼을 막기 위한 특별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20억 인도 루피를 배정하고, 조혼 방지 담당관을 지정하며 매 6개월마다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세계은행이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 9개 국가에서 혼인법과 결혼 법정 연령이 정해지는 진전이 있었습니다. 점점 더 많은 국가가 결혼 법정 연령을 올리거나 부모나 법원의 동의로 조혼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상 예외조항을 없애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한 근본적 해결
교육은 조혼을 근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여자아이들이 양질의 교육에 접근할 수 있게 보장하고,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때 조혼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여자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결혼할 확률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지역사회 기반 접근
조혼 근절을 위해서는 법적 제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지역사회 차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우간다 카킨도에서는 월드비전이 주민으로 구성된 아동보호위원회를 마을마다 구성하여 조혼, 학대, 아동 노동 등의 이슈를 모니터링하고 문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사회 기반 접근은 월드비전이 떠난 후에도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조혼을 막는 유효한 방법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조혼 관련 역사와 현재 상황
우리나라도 과거 조혼 문제를 겪었습니다. 조선시대 《경국대전》에서는 혼인적령을 세는나이로 남자 15살 이상, 여자 14살 이상으로 정했지만, 실제로는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한 11살~13살 사이의 조혼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조혼은 가정폭력, 재가금지에 따른 청상과부 문제 등 여러 사회적 문제의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1894년 갑오개혁 당시 "남녀간의 조혼을 엄금하며, 남자는 20살, 여자는 16살 이상이어야 혼인을 허한다"는 규정이 포함되어 공포되었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1922년 일제는 조선민사령을 개정하여 관습혼을 부인하고 신고혼 제도를 시행하여 조혼의 법적 효력을 부인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2007년 12월 21일부터 혼인적령을 남녀 모두 만 18세 이상으로 통일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2024년 혼인 통계에 따르면 평균 초혼연령이 남자 33.9세, 여자 31.6세로 나타나 조혼 문제는 거의 해결된 상태입니다.
조혼 근절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
조혼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다차원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교육 기회 확대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아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교육은 여아와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알고 싸울 수 있도록 힘을 주며, 조혼과 여성 할례를 포함한 해로운 성 관행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시에라리온과 코트디부아르에서 '아프리카 여아 학교보내기 스쿨미' 캠페인을 통해 안전한 학습환경을 조성하고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지원과 사회보장 강화
빈곤이 조혼의 주요 원인인 만큼, 취약 계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사회보장제도 강화가 필요합니다. 인도에서는 COVID-19로 아버지를 잃은 소녀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조혼의 위험에 노출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중요합니다.
지역사회 참여와 인식 개선
조혼 근절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잠비아에서는 정부가 2030년까지 조혼으로부터 자유로운 잠비아를 건설하겠다는 국가 전략을 세우고, 시민사회와 협력하여 아동보호법 제정에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남성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한데, 우간다 카킨도에서는 아빠들이 나서서 조혼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국제협력 강화
조혼은 개별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글로벌 이슈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에티오피아와 부르키나파소에서 유엔인구기금, 유엔아동기금 등 국제기구와 한국국제협력단과 협력하여 약 59억 원 규모의 인도적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협력을 통해 취약 지역의 아동 35만 명을 포함해 약 63만 명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결론
조혼은 여아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고 교육, 건강,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해로운 관습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2초에 한 명꼴로 새로운 조혼 신부가 생겨나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보여줍니다.
조혼 근절을 위해서는 법적 제재, 교육 기회 확대, 경제적 지원, 지역사회 인식 개선, 국제협력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교육은 조혼을 막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모든 여자아이가 중등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조혼의 2/3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엔이 약속한 2030년까지 조혼 근절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어린이는 소중하며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의 명제에 따라, 어린이들의 꿈과 행복을 빼앗는 조혼이라는 악습을 반드시 근절해야 합니다.
조혼은 단순히 개별 여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따라서 조혼 근절은 여성의 인권 보장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을 위해 노력할 때, 모든 아이들이 꿈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