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핑경제(Topping Economy)는 현대 소비 트렌드를 대표하는 핵심 개념으로,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본 형태에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여 추가적인 요소를 선택하고 맞춤화하는 경제 모델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개성과 선호를 표현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입니다.
토핑경제의 정의와 개념
토핑경제는 우리가 흔히 음식을 주문할 때 추가하는 재료를 말하는 '토핑'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피자 위에 올릴 치즈, 페퍼로니, 버섯 등을 취향대로 선택하는 것처럼, 이러한 개념이 소비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현상을 토핑경제라고 부릅니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2024년 9월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2025년을 이끌 소비 트렌드의 하나로 토핑경제를 제시했습니다. 토핑경제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적인 부분보다 고객이 선택해서 더할 수 있는 추가적인 옵션들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장 현상을 의미합니다.
토핑경제의 등장 배경
토핑경제가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사회적 변화가 있습니다. 첫째, 개인화되는 사회에서 개인의 취향을 충족할 수 있을 만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했습니다. 과거에는 최선의 조합을 찾아서 브랜드의 신발, 가방을 사용했다면, 요즘에는 나에게 맞는 최적의 조합을 찾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둘째, 상품의 품질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소비자들이 표준화된 상품에는 흥미를 잃었습니다. 고품질의 상품으로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품질이 향상되면서 그마저도 의미가 없어진 상황입니다.
셋째, AI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의 발달로 개인화된 제품을 생산하기 쉬워진 것도 토핑경제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옵션을 쉽게 선택하고 제품을 맞춤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토핑경제의 주요 특징
토핑경제는 여러 가지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맞춤형 소비와 개인화가 핵심입니다. 소비자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완벽하게 일치하는 제품을 추구하며, 표준화된 제품으로는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합니다.
선택의 다양성도 중요한 특징입니다. 기본 제품 외에 소비자가 추가할 수 있는 옵션들이 다양하게 제공되어, 제품과 서비스의 범위를 넓히고 소비자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소비를 할 수 있게 만듭니다.
개인화된 경험을 통해 소비자는 제품의 '창작자'가 되는 경험을 제공받습니다.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여 독특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누리며, 더 큰 소속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가격의 유연성을 통해 소비자는 자신이 추가하는 요소에 따라 가격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필요 없는 기능을 제거하거나 필요한 기능을 추가하면서 비용을 관리할 수 있어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합니다.
토핑경제의 대표적 사례
토핑경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크록스(Crocs)와 지비츠(Jibbitz)가 있습니다. 크록스는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신발이란 혹평을 받았지만, 고객들이 마음에 드는 액세서리로 신발을 꾸미면서 반전을 일으켰습니다. 신발이라는 기본 베이스에 수십, 수백 가지의 키링 형태의 지비츠를 달아 '나만의 신발'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스타벅스의 커스텀 메뉴도 토핑경제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시럽, 우유, 자바칩 등을 추가하거나 뺄 수 있는 커스텀 주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커피를 주문할 때 우유 종류, 시럽 추가, 샷 추가 선택 등을 통해 고객은 자신의 요구에 따라 구매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습니다.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은 2025년 토핑경제의 가장 화제가 된 사례입니다. 기본 아이스크림에 50여 가지가 넘는 토핑을 추가하여 무궁무진한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토핑을 추가하면 2만원대가 훌쩍 넘어가는 가격인데도 젊은 층에게는 신드롬급 인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외에도 마라탕의 재료 선택, 텀블러 각인 서비스, LG 오브제컬렉션의 가전제품 색상과 재질 선택, 컴포즈커피의 컴포즈콤보 등이 토핑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토핑경제의 3가지 핵심 요소
김난도 교수는 토핑경제의 3가지 요소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첫째, 꾸안꾸보다 꾸꾸꾸입니다. '꾸미고 꾸미고 꾸민'을 줄인 말로, 내 마음대로 취향에 맞춰 꾸미고 또 꾸민다는 뜻입니다. 확실하게 꾸미는 것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합니다.
둘째, 최고보다 최적입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최고의 상품이 아닌 나에게 맞는 최적의 상품을 추구합니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최고의 상품'을 원했다면 현재는 '최적의 상품'을 찾는 경향이 커졌습니다.
셋째, 완성보다는 변형입니다. 만들고 끝이 아닌 지속적인 변화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을 선호합니다. 소비자들은 매일 같은 상품을 소비하면서 느끼게 될 수 있는 지루함을 매번 다른 토핑들을 조합해서 즐길 수 있다는 강점으로 극복합니다.
토핑경제의 장점과 효과
토핑경제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다양한 장점을 제공합니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개인화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자신의 선택으로 맞춤형 제품이나 서비스를 얻기 때문에 더욱 높은 만족감을 느끼며, 이는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또한 필요한 기능만 선택하여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합니다.
기업 측면에서는 표준화된 제품을 제공하는 대신 다양한 옵션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할 수 있습니다. 기본 상품에 다양한 옵션들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선택적으로 추가 비용을 지불하게끔 하여 기본 상품 대비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가 어떤 토핑을 선택했는지, 어떤 조합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정교한 개인화 추천과 신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토핑경제의 단점과 한계
토핑경제에도 몇 가지 단점이 존재합니다.
복잡한 선택의 문제가 있습니다. 너무 많은 옵션이 제공될 경우, 소비자는 선택의 부담을 느낄 수 있으며, 때로는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혼란을 초래해 만족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가격 상승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본 제품에 추가 기능이나 옵션을 더하는 방식은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을 내포하며, 소비자가 예상보다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만들어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일관성 부족 문제도 제기됩니다. 각 소비자가 선택하는 옵션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과 일관성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표준화된 서비스와는 다르게 개별적인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토핑경제와 다른 경제 모델의 차이
토핑경제는 기존의 다른 경제 모델들과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와 비교하면, 공유경제는 자산이나 서비스를 소유하는 대신 이를 공유하거나 빌려 쓰는 경제 모델인 반면, 토핑경제는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맞춤화하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와는 정기적인 비용을 통해 지속적인 서비스 접근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토핑경제는 필요할 때만 추가 옵션에 비용을 지불하는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전통적인 경제 모델이 기업이 정해준 상품이나 서비스 패키지를 소비자가 그대로 구매하는 방식이라면, 토핑경제는 기본 상품에 다양한 옵션을 추가해 나만의 맞춤형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다양한 산업에서의 토핑경제 적용
토핑경제는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습니다.
식음료 업계에서는 토핑경제가 가장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마라탕, 버블티, 요거트 아이스크림 등에서 다양한 토핑을 추가하여 개인의 입맛에 맞게 즐기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패션 업계에서는 가방 꾸미기(백꾸), 신발 꾸미기(신꾸) 등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가방에 다양한 인형이나 액세서리를 달아 개성을 표현하거나, 운동화에 다양한 참(charm)을 부착하거나 끈을 교체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출합니다.
IT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케이스 커스터마이징, 위젯 설정, 테마 조합 등이 토핑경제의 사례로 나타납니다. 기본 기능은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 제거 기능이나 추가 기능은 유료로 판매하는 방식도 일반적입니다.
가전 업계에서는 다이슨의 블루투스 헤드폰 '다이슨 온트랙'이 2000가지 이상의 커스터마이징 조합을 지원하며, 소비자가 자신만의 제품을 구성할 수 있게 하는 모듈형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토핑경제의 소비자 심리적 배경
토핑경제가 확산되는 배경에는 현대 소비자의 심리적 변화가 있습니다.
소속감과 차별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유행에 반응해 동조소비를 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완전히 똑같은 건 싫어합니다. 남들이 사는 것을 나도 사고 싶은 동시에 차별화하고 싶은 욕망이 반영된 현상입니다.
확장된 취향의 문화에서 소비자들의 취향은 단순 선호를 넘어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험 소비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를 중시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고물가 시대에도 토핑경제가 성장하는 배경에는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기능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 대신, 필요한 토핑만 추가하여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토핑경제 전략
기업들은 토핑경제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조합형 UX 설계를 통해 사용자가 직접 구성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소비자가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의도적인 빈 공간을 마련해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데이터 기반 개인화 마케팅도 핵심 전략입니다. 소비자가 어떤 토핑을 선택했는지, 어떤 조합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여 정교한 개인화 추천과 신제품 개발에 활용합니다.
베이스+α 모델을 통해 베이직 상품에 '덧붙이는 재미'를 유도하는 구조로 설계합니다. 기본 제품은 저렴하게 유지하면서 원하는 기능만 추가할 수 있도록 하여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 기업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합니다.
토핑경제의 미래 전망
토핑경제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2025년 토핑경제는 더 이상 부차적인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기업 전략과 투자자 판단을 가르는 새로운 기준이자, M&A 프리미엄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AI와 빅데이터의 발전으로 더욱 정교한 개인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AI 알고리즘이 소비자의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추천을 제공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퍼스널라이즈드 마케팅이 확대될 것입니다.
모듈형 제품의 확산도 예상됩니다.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제품을 구성하고 변경할 수 있는 모듈형 제품이 더욱 늘어날 것이며, 상품에 얼마나 개인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토핑경제는 소비자들의 취향과 원하는 바에 따른 소비 경험을 제공하여 지갑을 열게 만드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들의 자기 지향성이 높아지면서 개인에게 해당 제품이 얼마나 잘 맞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토핑경제는 현대 사회의 개성 중시 문화와 기술 발전이 만나 탄생한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에서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소비 방식을 통해 더 큰 만족을 얻게 될 것입니다.